개인적으로 야외활동이 점점 귀찮아지는데 반해 주위 친구들이 문화생활에 취미를 붙인 것 같다.
친구들의 데이트 신청(?) 덕분에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경복궁 야간개장에 이어 바로 다음날 여의도 불꽃축제에 다녀왔다.
여의도 불꽃축제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3~4번 정도 왔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왔었고 성인이 되어 여자친구와도 2번 정도 왔다.
여의도 불꽃축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0년 전 당시 여자친구 A 가 여의나루역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빠졌다.
나는 당황하는 A를 순식간에 다시 올려 세웠는 데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조금 놀랐듯 보였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불꽃축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A를 들어 올리던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
친구와 나는 여의도에서 11시 반에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불꽃놀이 시작할 때까지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 위해서다.
점심 메뉴 1순위는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왔던 화목순대국이다.
허나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줄이 너무 길어 다른 메뉴를 먹기로 했다.
콩국수 하면 대부분 알고 있다는 그 집. 진주집이다.
10월이니 전화를 걸어 콩국수를 아직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방문했다.
한겨울에는 한시적으로 콩국수를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전화로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사천 원이라는 가격이 사악하지만 분명 맛은 있었다.
콩국이 걸쭉하게 잔뜩 들어있으니 보양식이다 생각하고 먹으면 삼계탕정도 값어치의 보양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점심을 먹고 1시 반쯤 여의도공원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강과 더 가까운 쪽에는 자리가 없이 꽉 차서 비교적 뒷 편의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약 6시간 후에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6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접이식 의자, 돗자리, 과자, 물, 김밥, 보조배터리, 전투식량 등 다양한 준비물을 챙겨 왔다.
점심 먹은 후라 졸려서 돗자리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다.
노점상을 둘러보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맥주도 마시니 생각보다 빨리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불꽃축제날 저녁은 항상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핫팩, 담요, 외투 등 방한용품을 꽤 준비했다.
전투식량도 방한용품의 일환으로 준비한 것이다.
날이 쌀쌀하니 따뜻한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앉은자리에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전투식량을 생각해 냈다.
뜨거운 물을 따로 준비할 순 없으니 발열체가 들어있어 물만 있으면 되는 제품으로 주문했다.
전투식량은 비빔밥 2종류와 짬뽕밥&면 을 챙겨 왔다.
설명서를 따라 물을 붓고 준비를 마쳤다. 10분 후 맛을 보기 시작했다.
비빔밥은 쫌 설익은 것처럼 쌀 씹는 식감이었다. 덜 익은 밥에 후레이크를 뿌려먹는 맛이랄까?
차후 먹게 된다면 10분이 아닌 12~15분 발열 후 먹으면 더 괜찮을 것 같다.
짬뽕밥&면이 이 날의 베스트 메뉴였다.
국물이 있으니 아무래도 밥이 더 잘 익었고 면도 적당히 익어 괜찮았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직전 잔디밭에 사람들은 정면의 하늘을 향해 핸드폰을 들어 올려 촬영할 준비를 했다.
환한 불빛과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불꽃은 우리의 우측에 정확히 나무가 가려지는 쪽에서 터지고 있었다.
잔디밭에 사람들은 상황파악 후 곧바로 일어나서 불꽃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나가는 그룹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짝이는 나무를 보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우리는 조금 어리둥절한 후 불꽃이 잘 보이는 장소로 이동했다.
잘 보이는 장소에 도착해서 휴대폰의 촬영버튼을 눌렀다.
수많은 카메라가 함께 불꽃을 향했다.
촬영을 하면서 불꽃을 보면 실제 불꽃이 아닌 카메라의 불꽃을 봐야 한다.
현장에 온 보람이 없는 것이다.
현실의 불꽃에 집중하기 위해 촬영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 후에 온 마음으로 불꽃을 즐겼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여의도공원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정하기까지 많은 다른 장소들이 후보에 있었다.
건너편 이촌의 공원, 보라매공원, 남산타워 등등
결과적으로 여의도공원에서 보기로 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대낮처럼 수놓는 빛의 눈부심과 펑펑 터지며 심장을 울리는 폭약소리는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느껴보지 못할 감각이었다.
불꽃놀이라는 단어가 참 아름답고 적절하다.
불꽃놀이는 영어로 Firework인데 불꽃놀이보다 불장난에 가까운 뉘앙스다.
불꽃은 꽃처럼 아름답고 화려하게 피었다가 진다.
꽃이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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