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내게 광화문은 교보문고 본점이 있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으며, 시위를 자주 하는 장소로 기억되어 있다.
이름은 문이지만 현재 문은 남지 않은 터 같은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광화문이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걸 잘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경복궁에 왔는데 광화문이 정문이라 놀랐다.
하지만 바깥쪽 인도를 공사 중이라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으로 갈 수 없었다.
국립고궁박물관 쪽 출입구를 통해 진입했다.
경복궁 하면 처음 떠올리는 이미지가 근정전일 것이다.
경회루와 함께 경복궁 안에서 가장 사람 많은 장소 중에 한 곳이다.
많은 사람이 근정전을 보려고, 일월오봉도를 보려고 몰려들었다.
일월오봉도는 굉장히 직관적인 이름이다.
해와 달과 다섯 개의 봉우리라는 뜻이니 그림을 보면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줄을 서서 일월오봉도를 찍었다. 하지만 해를 담지 못했네.
하얀 달과 대칭되는 우측에 붉은 해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과 달리 우측에서 좌측으로 글을 쓰고 해석하였다.
그래서 일월오봉도이지만 해가 우측에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왼손잡이가 천대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종서, 우횡서로 글을 쓰는 건 오른손잡이에게 보다 왼손잡이에게 더 편리하다.
중학교 때 공부 잘하는 왼손잡이 친구가 있었는 데 글을 쓸 때 공책을 시계방향으로 90도 돌린 후 엎드려서 쓰곤 했다.
그 친구가 조선시대에 태어나 글을 썼다면 굉장히 편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싶다. 물론 숨어서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말이다.
사극에서 자주 보던 작당모의 하는 장소를 발견했다.
나도 뭔가 속닥거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낮은 울타리가 둘러진 큰 바위가 눈에 띈다.
뭔가 싶어 요리조리 둘러보니 옆에 있던 관리자분이 "우물이오" 한다.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 같이 생겼는데 우물이라니 뜻밖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데 "우물이오" 하는 소리가 또 들린다.
사진 찍기를 멈추고 관리자분을 관찰했는데 우물 주위를 기웃거리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관리자분은 "우물이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게임에서 주요 장소에 배치되어 있는 NPC처럼.
하루 종일 "우물이오" 몇 번 말할지 궁금하다. "우물이오"말고 다른 말을 하는 것도 궁금하기도 하고.
경회루가 연못에 비친 모습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나도 덩달아 셔터를 신나게 눌렀다. 하지만 결과물을 확인하니 조금 아쉽다.
그러면서 장비빨, 최신기종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낀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캐논 6D인데 2012년에 출시되었으니 벌써 11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조도에서 뚜렷한 사진을 찍어내기가 어렵다.
오히려 핸드폰이 더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바닥조명이 보이면 한복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포즈를 취한다.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어 사진을 찍는다.
통과의례처럼 경복궁을 오게 되면 으레 해야 하는 행동 같다.
흰 치마에 조명을 넣으니 전구처럼 둥글고 밝아 귀엽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뚫어버렸다.
전통창호에 창호지는 침을 묻힌 손가락을 배배 돌리면 손쉽게 뚫린다.
창호지를 뚫는 것은 안을 엿보기 위함이다.
특히 사극에서 신혼 첫날밤을 훔쳐보려고 동네사람들이 모여 창호지를 뚫는 것으로 많이 알고있다.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오지랖 DNA가 잔뜩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어떤 관습은 "DNA 탓이에요"라고 변명하면 다 이해해줄 것만 같다.
창호지를 뚫는 건 문화재를 훼손한 셈인데 또 보고 있으면 군데군데 뚫려있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보인다. 역시 DNA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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