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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일기

[먹살7] 쿠팡 신선센터 허브 단기사원 후기

[먹고는 살아야하니깐] 7. 쿠팡 신선센터 허브 단기사원 후기


쿠팡에서 연락이 왔다. 출고로 근무를 신청했는데 허브로 출근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허브는 상하차로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공정이다.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설연휴는 특근이어서 1.5배의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 고민을 해보고 하겠다고 했다. 설연휴라 물량이 많지 않길바라며. 해보고나니 허브업무는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박스를 파레트에 쌓는 작업이라는 걸 알았다.

허브

허브향이 날 것 같이 예쁜 이름의 공정이다. 허나 실상은 몸에서 땀냄새가 진동하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는 공정이다. 그때문일까? 다른 공정보다 시급을 240원 더 준다.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공정에 투입한다.
레일 두 개가 한 쌍으로 7열정도 있다. 레일을 따라 화물이 내려온다. 한명당 한 열씩 맡아서 화물을 들어올린 후에 파레트에 쌓는다. 내가 맡은 레일은 중구와 대전으로 배송하는 화물이 내려온다. 옆 레일은 송파2, 3이었는데 내가 맡은 레일보다 2-3배 많은 화물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지역과 인구에 따라 주문양의 차이가 많은 모양. 옆에 계신분도 나처럼 허브를 처음 하시는 분이었다. 그분쪽 레일로 상자가 많이 내려오면 한두개씩 자연스레 손을 보태 도왔다.
파레트에 화물을 쌓는 모양을 바람개비 모양이라고 해야하나. 네모난 중간 크기의 박스를 4개 놓을 수 있는데 파레트 끝에 맞춰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쌓는다.

파레트에 박스 쌓는 모양

왜 이렇게 쌓는지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균형을 맞추려고 그렇겠지?
쌓게되는 화물의 종류는 총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 중, 소의 박스와 프레시백, 비닐포장, 규격외 포장이 있다. 비닐포장한 작은 화물은 파레트 중심의 빈공간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화물을 쌓기전 송장의 지역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한다. 분류가 자동화되어있지만 가끔 다른 지역의 화물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그 지역을 담당해서 화물을 쌓고 있는 사원님에게 전달해드린다.
생각보다 화물을 운반하는 작업은 힘들지 않았다. 조금 까다로운 작업은 아래부분의 래핑이다. 아래부분은 약해 물건이 쏟아지기 쉬우니 래핑을 단단히 해야한다. 랩을 가로로 펼쳐들고 낮은 자세로 바닥부터 래핑을 시작한다. 주의할 점은 파레트에 랩이 반이상 걸쳐지게끔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할때 자세를 많이 낮춰야해서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
화물을 1.8m정도 쌓게되면 래핑 작업을 마무리해서 수동핸드파레트로 싣어서 대형 화물차에 싣어넣는다. 파레트가 2열씩 5개해서 10개는 들어갈 수 있는 큰 화물차이다. 핸드파레트 작업은 계약직분들이 하셔서 화물쌓기와 래핑이 내 몫이다.
허브에서 일을 많이 해본 분들은 오늘은 평일에 비해 물량이 굉장히 적었다고 한다. 평일에는 한 레일에 3-4명씩 붙어서 옮겨도 박스가 끝도 없이 레일 타고 내려온다고 한다. 그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쉴틈도 없다고. 공휴일엔 할만한 것 같아 다음번에 2순위로 허브를 보험처럼 신청해두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