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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일기

요새 뭐하냐고 물어서 누워있다고 했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요새 뭐해?
응? 나 누워있어. 누워있는게 일과야.

태국여행 후 게임에서 스턴걸린 캐릭터처럼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여행하는 내가 본체이고, 한국에서의 나는 아바타인 듯 여행과 여행사이의 버려지는 기간인 듯 시간을 신나게 낭비하고 있다.

허리가 아픈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태국에서 돌아오기 1주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척추가 평소에도 약한 편이다. 극장 의자에 1-2시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꽤나 곤욕이다. 좁은 의자에 앉아 자리를 고쳐앉길 십수번. 옆자리 사람에게 미안할 정도다.
5년전 허리를 구부정하게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다가 느닷없이 재채기를 해서 허리 통증이 심했던 적이 있다. 그전까지 침대없이 방바닥에 자리를 깔고 잤는데, 바로 침대를 들였다. 허리가 아프니 방바닥에서 일어서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콘센트를, 창문틀을 손으로 잡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통증이 심할 때는 불가능했다.
3년전 잠을 잘 못 잤는지 목부터 어깨까지 통증이 있어 물리치료를 오랫동안 받은 기억이 있다. 주변에서 농담으로 오십견이냐고 놀렸지만.
이번에도 잠을 잘 못 잔 것이 원인인 것 같은 데, 추가로 6시간 밤기차를 앉아서 타고 온 것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좁은 기차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쪽잠을 잤다.
한국에서 1주정도 쉬어 괜찮아졌다고 느껴져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는 데 그 길로 허리가 다시 안좋아졌다. 그 후로 열흘정도 지나 많이 회복되었다. 누워만 있기에는 핑계거리가 점점 사라진다. 사무직의 일을 하기엔 허리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누워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모바일 게임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면 중독자 아니냐고 물었을 것 같다. 무료게임은 시청광고를 포함하는 데 대부분 게임광고이다. 광고를 보고 다른 게임을 다운 받아놓고 하던 게임이 질리면 다운 받은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갈아탔다. 게임의 재화를 보상으로 얻기위해 광고시청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30-60초의 광고시간동안 세컨폰을 이용해 다른 게임을 하고, 두 폰의 광고를 돌아가면서 시청하며 보상을 받기도 했다. 경험상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질릴때까지 실컷 하는 게 나에게 잘 맞아서 일부러 더 질려버릴 때까지 손에서 핸드폰을 놓치않았다. 어제밤부터 게임을 켜지않았다.
인스타그램 릴스도 정말 많이 봤다. 근 3개월정도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하고 숏폼에서 벗어난 디지털디톡스 상태였는데, 누워있는 일상에서 숏폼은 바깥세상과의 연결통로이면서 동시에 시야를 숏폼안 별천지에 가둬버리는 만화경같았다.
드디어 오늘 숏폼이 질려 몸을 일으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빌린 책을 읽기 위해 카페에 왔는데 책을 읽기 전에 잠깐 숏폼을 보니 숏폼이 또 재밌다.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전에 책상정리하기, 독서 등 공부외에 다 재밌어버리는 것처럼. 그리고 밀어뒀던 네이버 쇼핑에 구매확정 및 후기를 작성하고 결국 이 글을 썼다. 빌린 책은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