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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일기

[와장창창 2025년] 55만원짜리 몸통박치기

가게 유리를 몸통박치기로 깨뜨렸다.

수리비는 55만원.

피같은 내 55만원!!!

 

나를 포함한 4명은 지인의 가게에서 가볍게 한잔 마시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 스모킹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는 이면도로라 차와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다. 막 오토바이가 지나간 후 나는 뒤로 조금 물러서기 위해 뒷걸음질 쳤는데 마침 대자로 뉘어져 있던 킥보드에 뒤꿈치가 걸려 맥없이 넘어졌다. 넘어진 방향으로 한 곱창집의 통유리가 있었다. 70킬로 조금 넘는 내 몸통은 얇은 통유리를 와장창창 깨뜨리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와장창 깨진 것은 유리창이 아니고 네 통장잔고이니라

 

넘어진 것에 당황할 틈도 없이 누군가 와서 내 전화번호를 물어갔다. 세탁비가 나오면 연락드리겠다고 하며. 깨진 유리 안쪽에 식사하던 여성분이 있었고 옷에 유릿가루가 튄 모양이다. 이런 완전 민폐다.

나와 함께 있던 지인들은 나를 둘러싸며 다친 곳 없냐며 걱정해 주었다. 마침 우리의 무리 중 한 명이 같은 건물 2층에서 이자카야를 하는 사장님이었고 그 사장님은 곱창집 사장님을 1:1로 마킹하며 이야기해 주었다. 이자카야 사장님은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본인이 잘 말해주겠다고 하였다.

 

1:1 마킹

다음 날 아침, 전날의 기억을 곱씹으며 일어났다. 이자카야 사장님이 본인이 잘 말해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뒤처리는 내 몫이다.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지. 구글에 "유리 교체 가격 비교" 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숨고 사이트로 연결이 되었다. 깨진 유리의 사진과 대략의 가로세로 사이즈를 적어 비교 견적을 신청했다. 가격은 10만 원대 ~ 50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가장 저렴한 14만 원의 견적을 보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는구나 싶었다.

점심에 취업 관련 중요한 미팅이 있어 미팅 후 가게를 방문하여 곱창집 사장님을 뵙고 유리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눌 계획을 세웠다. 그 전에 곱창집에 가게 전화로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바쁘게 손님을 받는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손잡이가 달려들기 좋은 비타500
 

빈손으로 가기 민망하고 어제의 죄송스러운 마음에 비타500 2박스를 손에 들고 곱창집으로 향했다. 매장에 도착하니 유리가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 지출 예상 금액이 14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널뛰기하는 순간이었다.

 

4~50만원대로 널뛰기

직원에게 비타500을 건네주고, 사장님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사장님은 가게에 없고 유리는 오전에 수리를 마쳤다고 하였다. 나는 혹시 매장의 씨씨티비가 있으면 전달해 주실 수 있냐고 요청했고 사장님은 흔쾌히 전달해 준다고 하였다. 씨씨티비 영상과 유리 교체 비용 영수증을 전달받았다. 영수증엔 500,000원 + 부가세 50,000원이 적혀있었다. 합계 55만원.

씨씨티비 영상을 받은 것은 혹시 증거자료로 쓸 수 있을지 싶어서이다. 왜냐하면 마구잡이로 놓인 킥보드에 걸려 넘어진 것이기 때문에 킥보드회사에 민원을 넣든 무슨 수를 써서 비용 청구를 하고 싶었다. 영상을 보는데 매장 안에서 찍혀서 뉘어져 있던 킥보드는 보이지 않는다. 영상을 보면 어떤 알 수 없는 힘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유리 비용을 변상하고 저녁에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세탁비에 관해 이야기하는 남자분이셨다. 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그분은 비싼 곳에 세탁을 맡기려는 건 아니고 적당한 가격에 맡기고 영수증을 보내오기로 했다. 영수증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1~2만 원 정도의 지출이 더 예상된다.

2025년에 얼마나 잘되려고 설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무슨 액땜일지 모르겠지만 액땜한 셈 치고 이런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게 답이다. 그래 잊자.

 

씨씨티비가 다 보고 있다 내가 넘어진 것만 빼고

이렇게 글을 쓰며 그저 한 에피소드로 훌훌 털어버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