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달그락거리는 열차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방콕에서 북동부로 향하는 슬리핑 기차 안. 좁은 침대에 몸을 맡기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어둠 속에서 점점 도시의 불빛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치앙마이도, 화려한 남부 해변도 아닌 이싼(태국 동북부) 지역의 우돈타니로 향하는 이 여정이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우돈타니, 이싼의 중심지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우돈타니는 이싼 지역의 중심 도시다. 방콕의 화려함과는 다른, 현지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그리고 때로는 활기찬 생활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메콩강과 가까운 이 지역은 라오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태국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와 방언, 음식을 자랑한다.

슬리핑 기차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햇살이 객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쏟아지는 푹푹 찌는 듯한 열기와 함께 초록 들판과 논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5월 말,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우돈타니는 습도가 높고 무더웠지만, 그 속에서도 도시만의 활기가 느껴졌다.
여행 준비: 슬리핑 기차와 현지 화폐
방콕에서 우돈타니까지는 슬리핑 기차가 가장 흥미로운 이동 수단이다. 후알람퐁 역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기차는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며, 2등석 에어컨 침대칸은 4만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 열차 안에서 제공되는 간단한 식사와 함께 창밖으로 지나가는 태국의 시골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태국 바트를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요?" 여행 전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현지에서 알게 된 사실은 태국 ATM의 수수료가 무려 220바트(9,000원) 정도로 상당히 높다는 점이었다. 결국 달러를 충분히 가져가서 현지에서 환전하거나, GNL 같은 앱을 통해 QR 스캔 결제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우돈타니의 센트럴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인 Lotus's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재래시장이나 길거리 음식점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돈타니의 심장부를 걷다
우돈타니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것은 방콕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였다. 자동차 매연보다는 시장에서 풍겨오는 향신료와 국수 육수 냄새, 그리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태국 특유의 습한 열기가 뒤섞여 있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Kromluang Prachak Sinlapakhom Monument'였다. 이 기념비는 우돈타니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로, 주변에 현지인들이 동상에 기도를 하기도하고 기념비 주위를 돌며 걷기도 한다. 로터리에 위치한 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운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맛의 천국, 우돈타니 음식 탐험
우돈타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음식이다. 특히 'ก๋วยเตี๋ยวร่มแดง(꾸어띠아우 롬 댕)'이라는 작은 국수집에서 만난 국수는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 가게의 간판은 빨간 우산을 상징하는 태국어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맛집이었다.

첫날, 주문할 때 조금 헤맸지만 "센렉 남똑 피셋 ( 속고기국수 / 중간두께면 / 곱배기)"이라고 말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알아들었다.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남플라(생선 소스), 설탕, 말린 고추가루를 취향대로 추가할 수 있어 자신만의 맛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양배추, 타이바질, 구운고추를 같이 준다.
[나만의 레시피]
타이바질은 잎만 먹기때문에 적당량 뜯어서 국수에 넣는다. 타이바질과 고기, 구운고추, 새우페이스트를 조금 덜어서 면과 같이 싸먹으면 맵고 짜고 거기에 감칠맛 + 구수한 맛까지 어울어져서 하모니를 이룬다. 하지만 이 맛있는 국수를 먹기위해서는 많은 호불호 식성이 다 호여야 가능한데 매운맛, 향신료맛, 새우페이스트, 소피를 먹을 수 있어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면을 다 먹고나면 양배추를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국물에 넣고 스프처럼 먹으면 배도 차고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한 그릇을 다 먹고 "아로이 막막 (정말 맛있어요)"라고 하자 주인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커쿤카 (고마워요) 라고 하셨다. 그날부터 매일 점심은 이 가게에서 해결했고 먹을 때마다 너무너무 만족했다.
숨은 보석을 찾아서: 우돈타니의 새로운 발견
관광객이 많지 않은 우돈타니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번은 Lotus's 마트가 있는 건물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안경점에서 잊지 못할 서비스를 받았다. 습한 태국 날씨 때문에 안경 코 부분에 녹청이 끼었는데, 안경점 주인이 이를 발견하고는 손짓으로 안경을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는 안경을 받아 초음파 세척기에 넣더니 몇 분 후에 꺼내 고급스러운 천으로 정성껏 닦아주었다. 녹청은 완전히 사라졌고, 새 안경처럼 깨끗해졌다. 이런 소소한 친절이 여행의 감동으로 남았다.
또 다른 발견은 'UD Town'과 'Train Night Market'이었다. UD Town은 현대적인 쇼핑몰로,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실내에서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Train Night Market은 밤이 되면 활기를 띠는 야시장으로, 각종 길거리 음식과 의류,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노점상들로 가득했다.

Train Night Market에서는 뜻밖의 현지인 교류가 있었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태국인 그룹이 눈을 마주치더니 짠을 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태국 술 문화도 배웠는데, 건배를 할 때는 "촌깨우(짠!)"라고 하고, 원샷은 "믓깨우"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국인도 한국인못지 않게 밤의 술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현지인처럼 우돈타니 즐기기
우돈타니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현지 언어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이싼 지역의 방언은 방콕의 표준어와 달라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콕에서는 "얼마예요?"를 "타오라이 캅/카?"라고 하지만, 우돈타니에서는 "짝빠 캅/카?"라고 한다. 현지인이 처음 알려줬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 헤맸지만, 이내 이싼 지역 특유의 사투리임을 알게 되었다.
여행 중 'Fluid'라는 현지 라이브 펍에 방문했는데,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태국인들이 어울려 많이 찾는 힙한 공간이었다. 특히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해주는 쇼가 인상적이었다.
태국 북동부의 숨은 명소, 농쁘라짝

우돈타니에 머무는 동안 하루는 근교의 농쁘라짝(Nong Prajak)이라는 공원에 다녀왔다.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 공원은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 데이트하는 커플들로 붐볐다.
농쁘라짝 공원에서는 20바트(800원)면1시간동안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친구와 커플 저전거를 빌려타려다가 게이 커플이 흔한 태국이라 오해받기 쉽기때문에 각자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화려한 방콕의 공원과는 달리 소박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그리고 깨달음
일주일의 우돈타니 여행은 예상보다 훨씬 풍성했다. 화려한 관광지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진짜 태국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다시 기차역으로 향하며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이 여행의 진짜 가치는 관광이 아닌 '경험'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방콕과 치앙마이, 푸켓만으로 일정을 채우기보다 하루 이틀이라도 우돈타니 같은 '진짜 태국'을 느낄 수 있는 곳을 포함해보길 권한다.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와 소박한 친절, 그리고 관광객용으로 각색되지 않은 진짜 맛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에 오르며 우돈타니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도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힘이 있다. 언젠가 또 돌아오고 싶은 곳, 그게 바로 우돈타니다.
우돈타니 꿀팁 대모음
슬리핑 기차 예약 꿀팁
- 2등석 에어컨 침대칸 가격: 약 4만원(1,000바트)
- 예약 방법: 방콕 역사에서 직접 구매(여행 성수기에는 1-2일 전 예약 권장)
- 온라인 예약: 태국 철도청 공식 사이트(www.railway.co.th)에서 가능(영어 지원)
- 침대는 위/아래 선택 가능, 아래칸이 조금 더 넓고 창문 뷰라 좋음. 아래칸이 100바트정도 비쌈.
환전과 결제 팁
1. 달러 환전: 출국 전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 환전소에서 바트로 교환
2. QR 결제: GNL 같은 앱으로 현지 QR코드 스캔해 결제(수수료 절약)
3. 카드 사용: 센트럴 우돈, Lotus's 등 대형 쇼핑몰에서는 카드 사용 가능
필수 준비물
- 모기 퇴치제(5월은 모기가 많아지는 시기)
- 자외선 차단제(열대지방 자외선은 강함)
- 우산/우비(갑작스런 스콜 대비)
- 보조배터리(이동 중 충전용)
- 슬리퍼(양말을 벗고 싶어짐)
- 기본 상비약(특히 소화제)
우돈타니 필수 방문 명소 BEST 5
1. Kromluang Prachak Sinlapakhom Monument
Kromluang Prachak Sinlapakhom Monument · 4.7★(455) · 기념비
51 Thahan Rd, Tambon Mak Khaeng, Mueang Udon Thani District, Udon Thani 410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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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UD Town
유디타운 · 4.5★(809) · 푸드 코트
45/5 ศูนย์การค้ายูดี ทาวน์ Thongyai Rd, Mueang Udon Thani District, Udon Thani 410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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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rain Night Market
Train Night Market · 4.5★(655) · 야시장
Thongyai Rd, Tambon Mak Khaeng, Mueang Udon Thani District, Udon Thani 410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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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농쁘라짝(Nong Prajak Park)
Nong Prajak Park · 4.5★(6966) · 주립공원
CQ9J+J89, Tambon Ban Lueam, Mueang Udon Thani District, Udon Thani 410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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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센트럴 우돈(Central Udon)
센트럴 우돈 · 4.5★(9898) · 쇼핑몰
77/1-3271/5, Pajaksinlapacom Rd, Mak Khaeng Sub-district, Mueang Udon Thani District, Udon Thani 410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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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도 인정한 우돈타니 맛집 추천
1. ก๋วยเตี๋ยวร่มแดง (꾸아이띠아우 롬 댕)
우돈타니에서 절대 놓치면 안 될 맛집으로, '빨간 우산 국수집'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가게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추천 메뉴: '센렉 남똥'(소고기 쌀국수)
위치: 센트럴 우돈에서 도보 10분 거리
가격: 60바트(곱배기 기준)
특징: 쫄깃한 면발과 다양한 소스와 야채로 나만의 맛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음
2. Fluid
젊은 태국인들이 많이 찾는 힙한 카페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료가 특징입니다.
추천 메뉴: 맥주 프로모션(병맥주는 3병씩 시키면 프로모션으로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음)
위치: 농쁘라짝 공원과 공항 사이
가격: 태국 맥주 약 100바트, 음식 200바트~
특징: 라이브공연을 들으며 술과 음식을 가성비있게 즐길 수 있음
3. Ramen
태국 이싼지방에서 즐기는 일본 정통 라멘. 노점인데도 사람이 끊이지않음
추천 메뉴: 돈코츠라멘
위치: 우돈타니역 근처
가격: 80바트
특징: 동아시아의 맛이 그리울 때 즐기는 진한 돈코츠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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