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밤에 예보를 확인하고 비를 기다리는 설렘을 안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빗소리가 잘 들리는 계단에서 잠시 비구경을 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같은 방에 묵는 챨리와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비가 와서 카페에 가려고 해, 괜찮은 카페를 알고 있어?" 내가 물었다.
챨리는 숙소 건너편 카페를 추천해 준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비 오는 날에는 이 차림이 무적이다.
카페는 Itoule인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다.
다른 카페를 찾아보다 몬나카커피라는 카페를 찾았다.

구글지도를 따라 도착해 보니 지나가다 봤던 카페다.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날 것 같은 외관이다.
오하요 고자이마스! 인사하고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해외를 여행할 때면 인사성이 더 밝아지는 것 같다.

인사성이 밝아지는 건 의식적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사를 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대화의 만족도와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화를 시작하기 전 인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여행 중 깨달은 점, 여행의 장점을 뽑아서 일상에도 적용하고 싶다.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
비가 오니 오코노미야끼가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 비가 오면 부침개가 먹고 싶은 것처럼.

왜 비가 오면 부침개가 생각날까?
몇 년 전 회기 근처에 살았다.
굴다리를 지나면 회기 파전 골목이 나오는 데 비 오는 날이면 파전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부침개가 기름에 지져지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서 비가 오면 부침개를 찾는 것이 아닐까?
내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본다.

베스트 메뉴인 돼지해산물 오코노미야끼를 시켰다.
한국의 부침개와는 달리 반죽이 별로 없어서 당황스럽다.
직원분이 구워주냐고 물어봐서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뒤로 어느 정도 구워지면 소스를 뿌리고 가다랑어포를 올려준다.
가다랑어포를 올리면 마치 살아있는 듯 춤춘다.
내가 생각하는 오코노미야끼의 이미지에 딱 맞았다.

1/2 조각은 만들어주신 대로 먹었다.
먹다 보니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오코노미야끼가 두꺼워서 속은 바싹 익혀지지 않아 덜 익은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
뭔가 시도해 본다.

남은 조각을 반으로 자르고 헤라의 면으로 힘껏 눌렀다.
얇게 펴진 나만의 오코노미야끼가 완성됐다.
두꺼운 상태일 때보다 조금 맛이 상승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코노미야끼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아니었다.
괜스레 얇고 바삭한 김치전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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