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마리해변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은 해변이다.
공항에서 가까워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까이 볼 수 있는 해변이기도 하다.
검은 해변으로 유명한데 검은 화산 모래와 자갈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1. 와인 낫?
해변에서 마실 맥주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다.
슈퍼마켓 앞 와인을 따라 마실 수 있는 오크통으로 된 디스펜서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은 2유로. 400ml 정도의 양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가격이다.

와인을 담는다. 디스펜서는 수독꼭지처럼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한 방울을 채우나 가득 채우나 가격은 2유로로 같다. 최대한 가득 채워 담는다.
동양인 아재가 와인 따르고 있는 게 신기했는지 꼬마아이가 말을 건다.
"이름이 뭐예요?"
"I'm LEE"
"너 이름은 뭐니?"
"레이나"
레이나는 이름만 알려주고 부끄러운지 킥보드를 타고 사라진다.

Santo라는 이름의 이 와인은 산토리니 내 동명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되었다.
가격으로 따지면 저렴한 하우스와인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셔보니 맛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국내에 수입되는 1~2만 원대의 와인보다 괜찮은 맛이 난다.
안주 없이 홀짝홀짝 마시니 금세 취기가 올라온다.
2. 레드비치
레드비치는 산토리니의 서남단 Akrotiri 지역에 위치한 해변이다.
관광객이 밀집되어 있는 피라에서 가장 먼 지역이라 인적이 드물다.
해변은 작지만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수욕을 즐기지 않지만 바다를 좋아한다.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지만 여행은 좋아한다.
비행시간을 즐기지 못하지만 비행기를 좋아한다.

액티비티는 보통 바다, 강, 호수 등의 물 또는 높은 곳에서의 체험이 주를 이루어진다.
나는 물공포증과 고소공포증이 있다. 액티비티를 싫어할 수밖에 없지.
비행공포증은 고소공포증의 확장 형태로 보인다.
이륙할 때의 중력감과 흔들림을 시작으로 모든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비행 중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해진다. 긴장되어 잠을 이룰 수 없다.
비행시간이 길 수록 더 퀭한 눈으로 도착한다.
비행기사고가 날 확률이 교통사고가 날 확률보다 적은 건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과 몸의 반응은 다르다. 비행 중 비행기 안에 내가 3인칭으로 투과되어 보이는 상상을 한다.
높은 공간에 내가 덩그러니 놓여있음에 소름이 돋는다.
3. 경외감

성니콜라스 교회는 산토리니의 심장이라 불리는 The Heart of Santorini를 지나 가파른 절벽길을 내려가다 보면 찾을 수 있다. 종이 3개 달려있어 삼종교회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길이 가파르고 좁은데 바람은 심하게 불어 다리가 후덜 거리는 것을 참으며 걸어내려 갔다.


교회보다는 작은 예배당에 가까웠다.
기도드리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가볍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연다.
바닷바람이 등 뒤에서 강하게 불고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바람이 예배당 안에서 불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어떤 에너지가 발산되어 나오듯.
일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며 두려움을 느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장시간 강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높은 절벽길을 거닌 탓이었을까?
아니면 신에 대한 경외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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