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의 여정은 작은 공항에서부터 시작한다.
매년 200만 명가량의 관광객이 찾는 작지만 알찬 공항이다.
1. 산토리니는 원래 하얗다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보며 막연하게 아름답다 생각했다. 가보고 싶었다.
산토리니는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에 첫 번째로 자리 잡았다.
생각보다 파랗지 않더라. 산토리니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포카리스웨트는 청량함을 강조하기 위해 특히 파랗게 칠해진 곳을 찾아 촬영했다.
나레이션으로 "파란"이란 단어를 말하기도 했다.
내가 상상한 산토리니는 온통 파래야 했다.
하지만 하얗다. 지붕이 밋밋할 정도로 하얗고 가끔씩 포인트색으로 쓰인 파란색이 보인다.
2. 지중해의 아름다움
파랗지 않아 조금 실망했지만 시야를 확장해 바다를 보니 지중해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푸르른 아름다움. 건물에서 찾지 못한 파랑이 바다에 잔뜩 있었다.
노을 지는 지중해를 보며 알게 되었다. 산토리니는 파랗지 않아도 아름다워.
3. 음주와 흡연
흡연은 안 하지만 음주는 즐긴다.
해가 넘어가며 산토리니가 따뜻하고 붉게 물든다.
슈퍼에 들러 가장 싼 맥주를 집어 들고노을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철컥, 촤아아아" 캔 따는 소리부터 맛있다.
한 모금 마신다. 걍 맛있다. 안주 덕분이다. 노을 맛이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고 싶은 욕구는 뭘까?
술과 담배의 공통점을 찾자면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술과 담배가 주는 감정의 증폭과 변주. 진한 맛과 독특한 맛.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커피와 술의 미식에서는 복합적인 맛이 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한다.
4. 버킷리스트를 이루다
2001년 처음 산토리니를 알게 된 후 20년 만에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
산토리니를 마주하며 벅찬 감정을 느낀다.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 산토리니의 경관이 주는 감정이다.
버킷리스트가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나면 버킷이 가벼워지고 산토리니가 주는 무게감이 사라진다.
버킷리스트도 체크리스트의 한 종류라 체킹 된 리스트엔 관심이 없어진다.
꿈을 이루고 난 후의 허무함을 알았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꿈너머 꿈을 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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