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0] 기내식을 좋아하세요?
유럽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없었다.
갈 수 없으니 더 원하게 되는 걸까? 유럽여행 욕구의 게이지가 끝까지 차올랐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갈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표는 저렴했다. 이스탄불을 경유해 파리로 가는 터키항공의 편도요금이 35만 원 정도였다.
6개월에서 1년의 기약 없지만 기분 좋은 여행이 시작됐다.
고소공포증의 연장선일까?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 비행기를 타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귀 가장 안쪽에 있다는 전정기관이 남들보다 발달한 걸까?
비행기를 타면 느껴지는 회전, 가속도, 기울임에 온 신경을 쏟는다.
비행기를 좋아한다. '비행기 = 여행'이라는 기분 좋은 공식이 있는 탓이다.
비행기를 좋아함에도 비행기를 타고 있는 시간은 곤욕이다.
장거리 여행일 때 특히 그렇다.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잠이 오면 좋겠지만 신경이 곤두서서 잠에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가 싸구려 헤드셋이 귀를 조여 아플 때쯤 기내식이 나온다.
기내식을 받고 준비하고 치우면 거의 1시간이 훌쩍 지난다.
맥주 등의 술을 여러 번 주문해 마시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술기운에 잠이 들 수 있다.
비행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은 이륙과 착륙 시이다.
중력의 짓눌림을 느끼며 이륙하고 나면 '안전하구나' 안도한다.
안심하긴 이르다. 난기류를 만난다. 허벅지를 꽉 쥔다. 비행기가 흔들리는 리듬에 맞춰 다리를 떨기도 한다.
눈은 감으면 안 된다. 눈을 감으면 하늘 위에 덩그러니 놓인 내가 상상되어 더 공포스럽다.
뜬 눈으로 영화에 집중해 본다.
비행기 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니, 착륙할 때의 기쁨이 남다르다.
비행기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착륙하고 나면 다같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충격이 느껴지고 굉음과 함께 감속을 시작한다.
그제야 "이 집 착륙 맛집이네"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심장박동이 박수를 대신해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