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4] 마파두부와 나폴리탄 그리고 카이센동

아침에 샤워할 때 흥얼거린 노래가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돈다는 귀벌레 현상이 있다.
아침에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마파면이 일본에서 인기이니 먹어보라며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다.
유튜브에서 나온 가게는 오사카의 한 마파면 전문점으로 오사카에 여러 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었다.
허나 도쿄에는 체인이 없었다. 마파면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없었다. 탄탄면 가게에서 팔거나, 중화요리집에서 팔거나 했다. 결국 마땅한 마라면 가게를 찾지 못한 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점심 메뉴는 라멘으로 정했다.
구글 평점이 좋은 곳이고 점심장사만 하는 곳이라 먹으려면 꼭 점심으로 먹어야 한다.
숙소에서 15분 거리이니 오픈전 시간에 맞춰갔다.
그런데 라멘집의 문이 닫혀있다. 구글지도에는 열려있다고 나오는데. 가끔씩 구글지도가 안 맞는 경우가 있다.
플랜 B로 근처에 봐둔 중화요리집으로 갔다.
메뉴판을 정독했는데 마파면은 없다. 하지만 마파두부는 있었다. 자연스럽게 주문한다.
마파두부를 오오모리로 시켰다. 밥이 진짜 머슴밥처럼 많이 나와서 다 먹는데 혼났다.
결국 마파다. 아침에 마파면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나는 마파를 먹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기바공원은 나무목 木에 마당장 場을 쓰는 나무마당공원이다. 그래서인지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모여 앉은 그룹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넓은 공원엔 독특하게도 바베큐를 해 먹을 수 있는 바베큐스페이스가 존재한다.
평일이라 아무도 없었지만 주말에는 수요가 꽤 있을 것 같다.
공원에 마련된 장소라 그런지 낮에만 바베큐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보통 저녁에 바베큐를 하는데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기바공원 북쪽 끝에는 도쿄도 현대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에 올 계획이 있던 건 아니고 공원을 따라 자연스럽게 왔다.
미술관은 크고 길쭉하게 생겼는데 그래서인지 미술관을 전부 담아내게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또 상징적인 건축물이 뭔지 모르니 여기저기 분할해서 찍어본다.
그러다 더위를 식힐 겸 내부에 들어간다.

전시관을 제외하고 1층을 둘러본 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밖으로 향하는 문을 나섰는데 제법 멋진 공간이 펼쳐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물의 파장이 일렁이는 게 천장에 비쳐 어떤 작품처럼 보였다.
1층 야외로 나오면 계단식 인공 못에 물이 흐르고 있는 데 사선으로 세워진 금속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저녁은 나폴리탄과 기린맥주다.
나폴리탄은 한국의 주점에서 처음 먹어봤는 데 새콤달콤하고 비엔나소세지가 잘 어우러지는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나폴리탄은 스파게티를 일본식으로 해석한 요리라고 보면 된다. 파스타소스대신 케찹이 들어간다.

주문한 나폴리탄이 나오고 한입 먹어보는데 맛이 심심하다.
타바스코 소스를 종류별로 뿌려서 먹어보면서 내게 맞는 맛을 찾아갔다.
왼쪽에서 첫 번째 타바스코는 피자집에서 흔히 봤던 제품인데 나머지 세 종류의 타바스코는 처음 봤다.
뚜껑을 열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수저에 조금 덜어 맛을 보기도 한다.
두세 번째 타바스코는 매운맛인데 두 번째가 적당히 맵고 세 번째는 꽤 맵다.
네 번째 타바스코는 일본 답게 와사비 타바스코였다.

중간 매운맛의 타바스코가 입맛에 가장 맞았고 이 소스와 치즈가루를 잔뜩 면에 뿌리고 잘 섞어서 먹어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새콤달콤한 케찹맛은 아니지만 적당히 매운맛을 내며 매력 있는 맛으로 변했다.
맥주와 함께 마시며 어느새 접시를 다 비웠다.
일본의 슈퍼마켓에는 병맥주를 팔지 않고 캔맥주만 판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병의 수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병의 공급과 수거가 가게에서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으로 판매를 하면 병의 파손, 오염, 손실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
둘째로는 맛의 차별화이다. 맥주는 담긴 용기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병, 캔, 페트 순으로 맛 좋다.
국내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싶으면 주점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병맥주를 마시고 싶으면 가게를 찾아야 하는 구조다.

나폴리탄을 먹고 2차로 먹기 위해 카이센동을 포장했다. 카이센동은 우리말로 하면 해산물덮밥이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가게는 가격이 매력적이다.
540엔인데 한화로 5천 원이 조금 안된다.
국내에서 이마트에서 초밥 작은 것을 구매해도 5천 원에서 1만 원 사이인데 이 카이센동은 푸짐한 구성으로 5천 원이 안된다.
참치, 연어, 흰살생선, 등푸른생선, 군함, 계란, 미역생선무침 등 구성이 알차다.
맛도 참 만족스럽다.
동봉된 간장을 생강슬라이스로 발라 와사비와 함께 크게 한 젓가락 먹으니 맛이 참 좋다.
구성에 따라 종류가 20여 가지는 되는 것으로 보였는 데 이 가게에 자주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본도 주말밤을 틈타 도로공사를 하는 것 같다.
정렬된 바리케이드만 봐도 일본이구나 느껴졌다. 또 같은 유니폼을 입은 인원이 다수 있었다.
작업하는 인원을 제외하고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도로통제요원, 안전요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역시 안전에 진심인 나라답다.
숙소에서 북쪽으로 가면 스카이트리가 있다.

스카이트리는 걷는 내내 나를 쫓아다닌다.
아니 내가 북쪽으로 왔으니 내가 쫓아온 것인가?

요리조리 스카이트리와 숨바꼭질을 하며 밤길을 걷는다.